명경지수(明鏡止水)
장자(莊子)의
덕충부(德充符)는 불구자(不具者)들을 등장(登場)시켜 외관(外觀)을 초월(超越)한
내면(內面)의 경지(境地)가 얼마나 중요(重要)한 지를 보여준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노(魯)의 왕태(王跆)는 올형(兀刑-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받았지만 따르는
제자(弟子)가 어찌나 많은지 공자(孔子)에 버금 갈 정도였다. 그래서 공자(孔子)의
제자 상계(常季)가 공자(孔子)에게 왕태(王邰)의 위인(爲人-사람 됨됨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성인(聖人)이다 …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춰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누구나 흐르지 않는 조용한 물{止水}에 자신(自身)을 비추어 보지. 요컨대
그는 마음의 평정(平靜)을 가진 분이다." 곧 공자(孔子)는 왕태(王邰)가
지닌 마음의 평정(平靜)을 지수(止水)에 비유(比喩)했던 것이다.
장자(莊子)의 같은 편에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신도가(申徒嘉) 역시 올형(兀刑)을
받은 사람이다. 정(鄭)의 대부 자산(大夫 子産)과 함께 백혼무인(伯昏無人)을 스승으로
섬겼는데 자산(子産)은 신도가(申徒嘉)를 불구(不具)라고 업신여겨 동석(同席)하는
것을 꺼렸다.그러자 신도가(申徒嘉)가 말했다. "속담(俗談)에 '거울이 맑으면{鑑明}
먼지가 묻지 않으며 먼지가 묻으면 거울이 흐려진다. 어진 자와 함께 하면 과실(過失)이
없게 되는 법이다'라고 했소." '거울이 맑다(鑑明)'는 바로 '현자(賢者)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비유(比喩)하는데 감(鑑)과 경(鏡)이 같은 '거울'을 뜻하므로 후에
감명(鑑明)이 명경(明鏡)으로 바뀌었다. 곧 명경지수(明鏡止水)는 본디 군자(君子)의
티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뜻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