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烏合之卒)
까마귀란
놈은 평소(平素)에는 무리를 지어 잘 어울리다가도 먹이를 보면 서로 먹기 위해 싸운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은 까마귀를 모아 놓은 것처럼 뭉칠 줄 모르며 우왕좌왕(右往左往)하며
다투기만 하는 '보잘 것 없는 병사(兵士)'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왕망(王莽)이 세운 신(新)나라 말기(末期) 때의 일이다. 유수(劉秀)는 한(漢)의
종실(宗室)로 왕망(王莽)의 군대(軍隊)를 격파(擊破)하여 마침내 그를 멸망(滅亡)시키고
왕족(王族)인 유현(劉玄)을 황제(皇帝)로 세웠다. 하지만 반군(叛軍)이 횡행(橫行)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반군(叛軍)의 토벌(討伐)에 여념(餘念)이 없었다. 이 때 한단(邯鄲)의
왕랑(王郞)이 황제(皇帝)를 참칭(僭稱-분수에 넘치는 칭호:황제라는 칭호는 본래
천자국에서 칭하나, 이때 왕랑은 천자국이 아니었음)하자 유수(劉秀)는 그를 치기로
했다.상곡태수(上谷 太守 경황(耿況)은 유수(劉秀)를 흠모(欽慕)한 나머지 아들 경감(耿鑒)을
보내어 돕도록 했다. 그가 유수(劉秀)에게 가는 도중 왕랑(王郞)의 소식을
들은 부하 손창(孫倉)과 위포(衛包)가 왕랑(王郞)에게 가려고 했다. 그러자
경감(耿鑒)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왕랑(王郞)이란 자는 본디 일개(一介) 점쟁이에
불과(不過)했던 자이다. 그자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현혹하게 하고 백성을
속임)하고 있다. 두고 봐라. 나는 그놈의 무리를 치고야 말겠다. 왕랑(王郞)의
군사(軍士)는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不過)하지. 그것을 치기란 썩은 나무를
짓밟는 것보다 더 쉽다. 반드시 왕랑(王郞)을 생포(生捕)하고야 말겠다. 갈테면
가거라."후에 경감(耿鑒)은 유수(劉秀)를 도와 많은 공(功)을 세우고 마침내
건의대장군(建議大將軍)의 자리까지 올랐다. 유수(劉秀)는 마침내 천하(天下)를 평정(平定)하고
다시 나라를 세우니 이 사람이 동한(東漢)의 개국조(開國祖) 광무제(光武帝)다.